미국 반독점 당국이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AI 시대를 맞아 직접 칩 제조에 나서며, 경쟁사들에 대한 기술 라이선스 접근을 제한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규제 압박이 커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Arm의 반도체 기술 라이선스 정책이 시장 독점을 시도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FTC는 Arm이 자체 칩 개발을 확대하면서 다른 기업들에 제공하는 CPU 설계 라이선스 품질을 낮추거나 접근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올해 초 Arm에 조사 사실을 통보하고 관련 문서 보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에 대한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Arm은 전통적으로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고 CPU 설계도와 명령어 아키텍처(ISA)를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해 왔다. 스마트폰 AP 시장의 핵심 기술 공급자로, 퀄컴과 애플 같은 주요 칩·기기 제조사들이 이 회사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설계 제공 업체를 넘어 직접 프로세서 설계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자체 칩 사업 확대 계획을 공개했으며, 업계에서는 앞으로 5년 안에 연간 15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신규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기존 고객사들의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퀄컴은 Arm이 개방형 라이선스 모델을 통해 형성된 생태계를 활용해 시장 지배력을 키운 뒤, 이제는 경쟁사 접근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퀄컴은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한 불만 제기 문서에서 Arm이 핵심 기술 접근을 제한하고 라이선스 제공을 차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국내의 공정거래위원회도 서울 사무실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Arm은 이에 대해 “퀄컴의 반독점 주장은 상업적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근거 없는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양사의 갈등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퀄컴은 과거 엔비디아의 Arm 인수 시도에 반대했으며, 2021년 퀄컴이 스타트업 누비아를 인수한 이후에는 라이선스 승계 문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벌어졌다. 1심에서는 퀄컴이 승리했지만, Arm은 항소를 진행 중이다.
이번 조사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과도 연결된다. 스마트폰 칩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자 두 회사 모두 AI 서버와 PC,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시장으로 사업 중심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rm은 르네 하스 CEO 체제에서 스마트폰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 라이선스 수익을 넘어 고부가가치 칩 설계 시장에서 직접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칩 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구글, 아마존 등 주요 고객사와 AMD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Arm의 확장이 인텔과 AMD 중심의 데이터센터 CPU 시장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포레스트 노로드 AMD 데이터센터 부문 책임자는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더 빠르게 혁신하도록 자극한다”라고 언급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