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데이터 기술로 대형언어모델(LLM)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AI 스타트업이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스텔스 상태를 벗어났다. 국내 대기업도 투자에 참여했는데, 특히 GS는 이미 이 회사의 기술을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그래폰(Graphon)은 14일(현지시간) 830만달러(약 128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히며 공식 출범 사실을 알렸다.
투자 라운드는 노베라 벤처스의 아르빈드 굽타가 주도했으며, 퍼플렉시티의 투자 펀드와 삼성 넥스트, GS 퓨처스, 히타치 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이 회사는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과 음성, 데이터베이스 등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효율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인텔리전스 레이어(Intelligence Laye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창립자인 아르바즈 칸은 아마존에서 고객 서비스용 AI 모델을 개발했던 수석 응용과학자 출신이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LLM들이 모델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이미 수조개의 토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AI는 그 데이터를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라며 “기존 LLM은 문서, 영상, 로그, 데이터베이스 간 관계를 추론하는 데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생성 AI 시스템은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를 기반으로 동작한다. 이 구조는 텍스트의 모든 단어를 토큰이라는 숫자 형태로 변환한 뒤, 각 단어 간 관계를 계산하는 데 막대한 연산 자원을 사용한다. 문제는 이러한 계산이 매우 큰 문맥(context) 안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된다는 점이다.
그래폰은 이 과정 자체를 바꾸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LLM 외부에 별도의 ‘관계형 인텔리전스 레이어’를 구축해 데이터 간 연결 구조를 미리 분석하고, 핵심 정보만 모델에 전달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칸 창립자는 이를 “LLM이 모든 데이터를 직접 읽으며 관계를 찾는 대신, 미리 데이터의 ‘이웃(neighborhood)’ 구조를 만들어 AI에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이름인 그래폰은 수학 용어다. 거대한 네트워크 데이터를 분석해 유사한 관계를 가진 그룹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개념이다. 소셜미디어 데이터에서 서로 직접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일요일마다 같은 반려견 공원에 가는 사람들”이나 “공통 친구를 가진 사람들” 같은 관계적 특성을 기반으로 집단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이 과거 연구했던 로봇공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박사과정 시절 로봇이 제한된 공간에서 움직일 때 환경 구조를 미리 이해하면 계산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연구했으며, 이를 데이터 분석에 적용했다.
특히 효율성과 연산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2억개 매개변수 모델을 수천 번 돌리는 것이 5조개 매개변수 모델을 오랜 시간 실행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기술은 특정 LLM에 종속되지 않고 어떤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와도 연동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I 활용 범위가 텍스트 중심에서 음성과 영상, 실시간 데이터 등 멀티모달로 확대되면서 이러한 데이터 구조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Graphon AI just came out of stealth with $8.3M in seed funding led by Arvind Gupta of Novera Ventures.
The company is building a pre-model intelligence layer: software that maps relationships across documents, video, audio, images, databases, enterprise systems, and connected…
— Grishin Robotics (@GrishinRobotics)pic.twitter.com/Y8MtYTSwG4May 14, 2026
실제로 이번 투자에 참여한 GS 그룹은 그래폰 기술을 자체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 ‘52g’에 적용 중이다. GS의 52g 프로젝트를 이끄는 앨리 킴 부사장은 “그래폰을 활용해 건설 현장 안전 점검용 CCTV 분석 효율을 높였다”라고 밝혔다.
또 GS는 FC 서울의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그래폰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수시간 동안 경기 영상을 직접 분석해야 했지만, 그래폰을 통해 선수 움직임과 강점, 약점을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앞으로 AI는 텍스트를 넘어 음성·영상 등 다양한 멀티모달 데이터를 이해해야 한다”라며 “그래폰이 그런 확장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